!@#… 슬로우뉴스에서 어떤 내부 논의를 하다가, 조금 정리했던 블로그의 현재에 대한 단상(즉 연구로 증명한 바가 아닌, 일상적 관찰로 만든 일방적 가설) 몇가지.
우선 우리 담론환경, 매체환경에서 블로그가 수행해줄 역할에 대해서는 여전히 2011년의 이 발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봄. 하지만 사회적으로, 전반적 블로그 및 관련 활동들의 활력 저하는 꽤 뚜렷한 추세라고 본다. 그런데 각각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 10년대 중반에 들어선 지금, 블로그의 전반적 쇠퇴에 관하여:
많은 분들이, 예전에는 개인블로그에 남겼을 법한 내용을 페북에 잘만 쓰고 계신다. ‘블로그’는 감퇴하고 ‘블로깅’은 증가하는(!) 식으로, 마치 언론사는 고전하는데 뉴스 유통은 넘쳐나는 격. 그런데 태반은 ‘친구공개’. 즉 불특정 다수 모든 이들에게 남기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감수하고 스스로를 미디어화할 동기가 있는 분들만 블로그를 고수하고, 나머지는 독자를 선별할 수 있는(그래서 더 ‘편하고 솔직하게 쓸 수 있다’는 주관적 느낌을 주는) 플랫폼이 있으면 갈아타는 추세인 셈. 좀 민감한 부분도 논할 줄 아는 필자 가운데, 크게 열린 트위터에서 좁은 페북으로 갈아 탄 사례들이 적지 않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블로고스피어라는 유사공동체의 결집력 해체에 관하여:
물론 글을 읽고 평을 하는 것은 트위터든 뭐든 온갖 방식으로 계속/더욱 이뤄지지만, 찾아 모으기가 어렵다. 00년대후반까지 블로고스피어의 특징처럼 굳어졌던 트랙백/핑백으로 연결된 릴레이 토론 등으로 형성된 대화 분위기는, 감소. 이것은 역시 개별 매체인 개인블로그가 아닌 페북 등 입주형 시스템으로 옮겨타다보니, 흔적을 찾아가기가 그만큼 힘들어진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타임라인형과 ajax 패널들은, 페이지 단위로 기록되는 리퍼러로는 찾고 싶어도 도저히 흔적이 이어지지 않으니;; 즉 글을 중심으로 한 토론의 결집력이 사라지기에 곧 ‘블로고스피어’로서의 이슈 결집력 또한 해체되는 것. 아직 이오공감이라는 안마당이 남아있는 이글루스 정도가 풍성했던 시절에 대한 흔적.
– 메타블로그 서비스의 쇠퇴에 관하여:
블로고스피어 가운데 일부의 허브 역할이었던 것인데, 결국 ‘스케일의 역설‘에서 균형점/돌파구를 놓쳤다. 좋은 콘텐츠를 선별하여 노출시키는 기능에 있어서, 집단의 선별에 의한 자정 현상까지 일어나려면 매우 큰 스케일이 필요하며, 반면 담당자들의 선구안은 상대적으로 작은 스케일에서만 가능. 그런데 중간쯤 – 즉 자정은 없고 담당자는 못 다루는 – 스케일에서 위기를 겪게 되고, 결국 어뷰징도 쩔고 담당자도 손 놓는 상황이 온 것. 이글루스의 이오공감이 그렇게 한 줌의 넷우익들에게 몰락하고, 친목형 추천몰이로 올블로그 등 여러 전용 메타블로그 서비스들이 재미없어지고, 그나마 다음뷰만 명맥을 유지. 게다가 새 글을 추천받는다는 기능 또한 타임라인형 매체공간들에게(트, 페 등) 뺐겼고. 이건 이제와서 트위터가 폭삭 망한다한들 안 돌아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당연히 ‘혁신적 메커니즘을 구비한 최강의 투명블로그 플랫폼을 크아앙 개발하여 사업화’ 같은 것이 있겠지만(텀블러, 미디엄, 고스트 등등 그 방향 시도들의 목록은 길다), 개개인 블로거나 작은 서비스들의 몫만 한정하자면…
– 다들 마음 가는 방식대로 블로깅하시되, 최소한 글의 종류에 맞춰 유연하게 플랫폼을 선택해주셨으면 한다. 예를 들어, 널리 읽히도록 쓰여진 듯한 정제된 사회적 코멘터리를 페북에 올리는건 X. 그리고 가급적이면 검색과 아카이빙이 잘 되는 쪽으로.
– 토론 연동의 재설계. 뭐 별 것 있겠는가. 자신들이 화두로 삼은 다른 글에 대해 열심히 인용 링크 삽입해 놓는 것. 요새는 그 정도만 해도 핑백이 발사된다(그러나 핑백을 주고받기를 막는 호스팅 업체도 적지 않다;;).
– 라운드업 기능 중심의 메타블로깅(?). 자동으로 새 글들을 모두 모아 보여주기보다는, 주간 베스트 글들 라운드업 같은 식의 ‘선정 사유'(필수조건이다)와 링크가 담긴 추천 큐레이션. 그리고 다양한 개인들, 업체들의 라운드업들을 다시 라운드업해주는 메타라운드업(…). 어차피 주관적인 블로깅의 세계, 메타질도 수공업이 짱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알던 그 블로그 세계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블로깅의 원래 매력과 역할은 계속 인계하여 발달시킬 수 있는 약간의 단초가 아닐까 한다.
* 함께 읽으면 좋을 글: The blog is dead, long live the blog (Kott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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